베트남에선 스쿠터가 필수라 해서, 다낭 공항 도착하자마자 렌탈부터 했음. 한국에선 자동차가 일상이지만, 이곳에선 바람을 직접 맞는 게 일상이었고, 그게 이상하게 어울렸음. 낮에는 도심을 가로질러 해안 도로를 타고 호이안까지 내달림. 바다 냄새와 열기, 오토바이 무리를 따라가는 긴장감까지 묘하게 스릴 있었음. 여행자라는 걸 실감하며, 낯선 속도에 적응해가던 참이었음. 그런데 돌아오는 길, 해가 지기 시작하자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고, 노면은 순식간에 미끄러워졌음. 코너를 돌다 브레이크를 잡았는데, 뒷바퀴가 살짝 틀어지면서 위태롭게 휘청였고, 그대로 쿵.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지만 온몸이 긴장감에 휩싸였고, 쫄딱 젖은 채 인근 골목으로 몸을 피했음. 비를 피할 곳도 없고, 근처엔 숙소도 안 보였음. 휴대폰은 이미 젖어서 터치가 안 먹혔고, 주변은 생소한 풍경뿐. 그러다 문득 눈에 들어온 한글 간판. 다낭 가라오케. 황당했음. 이런 상황에서 노래방이라니. 그런데 그 순간만큼은 아무 생각 없이 술 한 잔이 간절했음. 감정도, 계획도 없었고 그저 잠시 피신하듯 문을 열고 들어갔음.

안은 의외로 조용했고, 샤워도 못 한 채 축축한 옷을 걸친 내 모습이 거기선 오히려 특별하지도 않아 보였음. 베트남 여자 직원이 다가와 묻지도 않고 익숙하게 메뉴판을 내밀었고, 나는 습관처럼 소주 세트를 주문함. 130불 소주 세트, 소주 3병에 맥주, 마른안주, 과일까지 나오는 익숙한 구성. 조명이 낮았고, 실내는 따뜻했으며, 그제야 몸에서 긴장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음. 잠시 후 초이스가 들어왔고, 베트남 여자 세 명의 여자들이 조용히 앉아 분위기를 살폈음. 화려한 화장, 강한 향수, 튀는 의상. 그런데 그중 한 명, 수수하게 앉은 그녀는 시선을 마주친 채 다가와 내 옆에 앉음. “비 맞았어요?”라고 묻는 목소리는 낮고 조용했으며, 동시에 묘하게 울림이 있었음. 그녀는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 조심스럽게 내 팔에 묻은 물방울을 닦아줬고, 그 순간 이상하게 몸에서 긴장이 빠졌음. 이름도 모르는 베트남 여자였지만, 그 조용한 배려 하나가 그날의 감정을 부드럽게 풀어줬음.

말보다 손이 먼저 움직였고, 눈빛이 대화를 대신했음. 과일을 포크에 끼워 건네고, 내 잔을 채워주고, 어깨를 슬쩍 눌러주는 그녀의 행동은 계산되지 않았고, 오히려 사람 냄새가 났음. 술이 조금씩 돌면서 방 안의 공기가 달라졌음. 대화는 거의 없었지만, 서로에게 질문하지 않았음에도 어색하지 않았음. 베트남 여자는 내가 누구인지, 왜 왔는지를 묻지 않았고, 나 역시 그녀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지만 그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음. 오히려 그런 무심함 속에 묘한 편안함이 있었고, 단순한 손끝의 접촉, 눈빛의 교차만으로도 온몸이 반응하기 시작했음. 그 감정 없는 듯한 접촉이 내 안쪽을 더 깊게 자극했음. 말보다 감각이 앞서고, 대화보다 분위기가 먼저 흘러갔음. 그러던 중, 그녀가 작게 말했다. “오빠, 방 옮길래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 순간부터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기 시작했음. 방으로 옮겨지자 그녀는 수건을 꺼내 내게 건넸고, 먼저 샤워하라고 말함. 따뜻한 물줄기에 흠뻑 젖은 감정들이 녹아내렸고, 물기를 닦고 나와 보니 그녀는 조용히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있었음. 불은 낮게 줄여져 있었고, 조용한 음악이 희미하게 들렸음. 말없이 다가온 그녀는 내 어깨에 손을 얹더니 아주 천천히 입술을 맞춰왔음. 깊은 키스는 아니었지만, 그 짧은 순간에 온몸이 흔들렸음. 그녀의 손은 내 가슴으로 천천히 내려왔고, 맥박을 읽듯 리듬을 맞추기 시작했음. 입술은 이어졌고, 그녀의 호흡이 내 목선을 타고 흐르며 점점 가까워졌음. 셔츠 단추가 하나씩 풀리고, 허리선에 손이 닿을 때쯤엔 이미 내 몸이 먼저 반응하고 있었음.

베트남 여자는 주도적이되 섬세했음. 손끝으로 탐색하며 내가 언제 숨을 멈추고, 언제 긴장을 놓는지 정확히 읽어갔고, 골반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그녀의 움직임은 점점 깊어졌음. 붐붐이 시작됐을 땐 이미 말은 필요 없었고, 눈을 마주친 상태에서 그녀는 내 움직임을 리드함. 숨소리가 겹쳐지고, 그녀의 허리가 리듬을 만들며 나를 끌어안을 때, 나는 아무런 저항 없이 그 흐름을 따라갔음. 그건 단순한 신체적 결합이 아니라, 감정이 묻어나오는 충돌처럼 느껴졌음. 그녀는 갑작스럽게 빠르게 움직이다가도 내 반응에 맞춰 속도를 조절했고, 입술이 내 귀에 머물러 숨결을 흘릴 때는 이상하게도 온몸이 떨렸음. 너무 거세지도, 너무 조용하지도 않은, 완벽한 박자와 열기의 중간.

절정의 순간, 그녀는 내 손을 꼭 잡고 눈을 마주했음. 소리 없이 흐느끼듯 숨을 뱉었고, 나 역시 그 떨림에 맞춰 숨을 내쉬었음. 그 감정 없는 듯 시작된 밤은, 끝날 때쯤엔 감정이 폭발해버리는 이상한 곡선을 그렸고, 나는 그 안에서 완전히 무장 해제됨. 끝나고 나서도 그녀는 등을 돌리지 않았고, 조용히 내 옆에 누워 있었음. 아무 말 없이, 하지만 침묵 속에서도 따뜻한 여운이 남아 있었음. 옷을 주워 입고 일어설 때쯤, 그녀가 작게 말했다. “다시 와요, 오빠.” 그 말이 귀에 남았고, 지금도 가끔 다낭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임. 처음엔 스쿠터 사고에 비를 피하려 들어간 가게였지만, 그날 밤 그녀는 축 처진 내 마음을 덮어줬고, 그 위에 다시 온기를 얹어줬음. 베트남 여자, 이름도 몰랐던 그 사람은, 그날 나를 가장 깊이 건드린 사람이었고, 그 침묵과 리듬은 아직도 잊히지 않음. 그 밤은 단순한 충돌이 아니었고, 잠시 삶의 감각을 되찾게 해준 완벽한 정지 화면 같았음.